한국 도자기 감상문


2014년 여름, 도자기를 만드는 친구와 함께 꿈에 그리던 한국에 다녀왔다. 우리는 한국에서 도자기 만드는 법을 직접 보고, 대가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1984년 영국에서 처음 도자기를 공부할 때 첫눈에 반한 한국 도자기. 거의 30년 간 키워온 ‘신비한’ 한국 도자기를 직접 보고 만지고 싶은 꿈이 드디어 실현 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도자기와 관련된 용어를 한국어로 알고 싶어서 예루살렘에 있는 한국 문화원을 직접 찾아가 한글 선생님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 때 만난 희원 선생님과는 3년 째 선생님 이상의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영국에서 도자기를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에 있는 널따란 중국 도자기 실에 자주 데려가고는 하셨는데, 나는 중국 도자기에서는 전혀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 도자기 실 옆 구석에 초라한 모습으로 놓여진 서너 개의 낯선 도자기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 도자기였다!

나는 한국 도자기의 은은하고 소박한 소통 방식에 첫눈에 매료되고 말았다. 그것은 짙은 화장과 화려한 드레스로 한껏 멋을 부리고 자기를 과시하는 여인 같은 중국 도자기와는 달리, 정갈하고 소박한 차림이지만 기품이 있는 여인이 다소곳이 서서 누군가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물론 자신을 알아봐달라고 조르지도 않은 채 말이다. 한국 도자기는 중국, 일본 도자기와는 달리 섬세한 감성과 때묻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다.

한국의 역사는 전쟁과 지배로 점철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 문화는 중국 문화의 영향을 피할 수가 없었고, 예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도자기는 장식과 모양에서 독립성을 유지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물, 질 좋은 흙을 가진 축복받은 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좋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자기 마을은 이천, 광주, 문양, 청송, 부산, 고창, 송천, 풍산, 명촌, 강진 등이 있는데 한국에 머물던 3주 동안 거의 모든 지역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거의 천 년을 통치하던 신라가 멸망하고 이씨 조선 왕조가 시작되기 전까지 오백 년 가량을 고려가 통치했는데, 고려 시대는 호반새와 하늘과 바다, 물과 산봉우리 색과 같은 은은한 비색(중국인들이 “비밀스런 색깔”이라고 부름)을 띠고 상감 기법으로 만든 고려청자가 있었다. 고려청자의 그 신비한 청자 색은 현재도 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청자 색을 되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까지는 동일한 색을 살리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또한 조선 왕조 시대는 이조 백자가 유명한데, 황새나 산세와 같은 자연을 모티브로 장식한 분청사기에는 역동적인 자유 정신이 숨어있다. 일본이 수많은 값진 한국 도자기를 보존한다는 명목 아래 훔쳐갔지만, 그 중에는 한국 도자기를 존중한 ‘선한 일본인’도 몇몇 있었다. 1924년에 일본인 노리타카 아사카와(Noritaka Asakawa)가 한국인이 잃어버린 한국의 도자기 기법을 되살려서 최초의 민속 박물관을 만들었고, 일제 통치가 끝난 후에는 한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예 죽을 때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또 소에츠 야나기(Soetsu Yanagi) 역시 일제 통치를 비난하고 한국 독립을 위해 싸운 선한 일본인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50년 간 한국 도자기 분야는 번영하고 있다. 새로운 도예 마을이 여러 지역에 만들어지고 도자기 분야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방문 기간 동안 많은 도자기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특히 전통 도예가와 현대 도예가가 함께 어우러져 작품을 만들고 있던 ‘문양 도자기 마을’이 기억에 남는다. 또 전통 기법과 현대 기법을 조합한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서 아주 좋은 결과를 낳고 있던 이천 도자기 마을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전통적인 방법에 영감을 받았지만 과거와 현대를 소통하는 흥미로운 기법을 사용했는데, 전형적인 예술 방식에 구애 받지 않고, ‘우연히 발생한 불완전한 문양’을 그대로 살리는 아주 독특한 형태였다. 한국 도자기 만큼이나 꾸밈없고 순수한 한국인이 지금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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